[도서] 제국에 저항하는 성경 소개글입니다.
성경과 제국 시리즈 4권
<<제국에 저항하는 성경>>
베리 프리센, 존 스트너 공저/ 류의근 역
대장간, 2020. 30,000원
역자가 저자와의 인터뷰를 가정하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와의 가상 인터뷰
(1) 저자는 이 책을 왜 썼는가?
성경은 과거에 써진 책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과거의 책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들려줄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 책을 썼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계는 제국적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현존 체제의 제국적 실체와 그 모습을 모르지 않음에도 저항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에 과거의 기록문서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왜냐하면 성경은 일종의 제국 비판 문서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역대 제국들과 씨름하고 싸우는 성경 역사를 개관한다. 기존의 진부하고 정형화된 성경 해설서이자 입문서와는 대조적으로, 그 판을 바꾸는 매우 심중한 시각과 통찰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이 과거의 현재의 제국 인식과 비판에 교훈을 주며 현대적 적실성을 함의할 수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적으로 성경의 제국 비판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 책은 현대 제국 사회를 살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 대해, 성경이 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를 말해준다.
(2)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성경을 보는 관점을 하나님, 제국, 이상 사회의 프레임으로 일이관지한다. 성경을 기록한 수많은 저자들의 아픔과 고민도 이 프레임 내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나 서구 근대와 후기 현대 사회에서도 변함없다. 어떻게 하면 폭력과 부정의가 상존하는 야만적인 현실 세계를 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좋은 문명, 이상 사회를 만들고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성경을 읽는다. 저자는 그것을 성경의 본류라고 생각한다.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이 바빌론 제국에 의해 망하고 포로로 잡혀간 식민지 생활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문서이다. 또한 출애굽 사건 역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제국에 대해 취한 입장을 담은 문서이다. 이 모든 문서들이 제국의 역사적 현실 앞에 놓인 선택의 갈래들을 수용하고 부인하는 협력하고 순응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저자는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인간 역사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사건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건은 하나님이 인간 역사에 개입하고 간섭함으로써 제국의 역사 지배권을 파괴하고 역사의 흐름을 급선회하도록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제국의 길에 대항하고 대안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이해된다.
또한 저자는 교회를 로마 제국의 공동체 생활 방식에 대한 대항이자 대안으로서 제시된 새로운 정치 공동체로 이해한다. 특히 바울의 서신을 통해서 로마 제국의 현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취한 대책들이 어떠했는지를 규명한다. 이들의 궤적을 통해서 제국 너머로 초월해 갈 수 있는 삶의 길과 지혜를 끌어낸다.
저자는 연대와 공동체 결속을 강조하고 강압과 폭력으로 순치하는 제국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그 네트워크로부터 탈퇴하는 것을 주창한다. 그리고 저자는 예수가 보여준 것처럼 긍휼과 용서와 비폭력적 저항을 삶의 최고 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국이 지배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부정하며 대안적 정치와 삶의 문화를 창조하고 구축해 갈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이것이 예수의 믿음, 그리고 예수의 믿음을 믿는 믿음의 중핵이라고 확신한다.
(3) 저자는 성경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해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에서 펼쳐진 성경 개관과 해석은 오늘날 제국과 싸우는 사람을 위해 성경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인류 역사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구조와 체계가 소수의 권력층이나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제국적 현실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거부하고 저항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경을 읽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책에서 성경을 오해하고 오인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같이 연구하고 토론하자. 그리고 성경의 진리를 살아나게 하자. 오히려 나는 나의 시각이 기존의 정형화되고 고정된 성경 시각과 이해보다 훨씬 더 성경의 속마음을 역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러한 접근 방법이 성경에 나타난 세계관과 지혜와 진리를 세속 사회에 더 잘 전해줄 수 있다.
만일 이 책의 성경 이해가 기존의 해묵은 성경 이해 때문에 어떠어떠한 연유로 가리어져 있었다면 성경에 대한 나의 시각과 비전은 더욱 개발되고 보급되고 선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성경의 정치적 프로퍼간다이기도 하다. 성경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작동되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동원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책이다.
만일 한국의 기독교 인구 천만 명에게 이러한 시각으로 성경을 가르친다고 상상해보자. 많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일단 수긍만 한다면 그 사회적 정치적 위력은 함부로 대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현재 처지와 사회적 입지를 고려할 때 나는 나의 성경 이해가 중대한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 나는 한국 기독교가 성경의 본류와 그 가르침에서 벗어난 교육 때문에 현재 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한다. 나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를 우리가 살고 있는 제국의 현실과 맥락에서 가르치는 교회를 본 적이 없다. 예수 믿고 잘 살고 죽어서 천당 가자는 것이 기독교인 거의 전부의 신앙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4) 저자는 스스로 평가하건대 이 책의 한계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는 성경이 본질적으로 제국 비판적이고 반제국적이라고 믿는다. 대략적으로, 예수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로마 제국에 대해, 스룹바벨, 에스라, 느헤미야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바빌론 제국에 대해, 모세는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에 이집트 제국에 대해 출애굽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은 시대별 제국은 현대의 제국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특수한 형태는 달라도 일반적 유형은 거의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 덕분에 사람과 역사를 강압과 폭력으로 순치하고 지배하고 통제하는 제국의 힘과 수단은 더욱 세련되고 교묘하며 영리하게 진화하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천 년 전의 제국 대안의 공동체 형성과 강화가 현대의 그것과 같기는 어렵다. 과거의 그것들이 현대의 제국 현실에 얼마나 유효하고 타당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특히 예수의 비폭력적 저항이 폭력이 난무하는 현대 제국의 현실에 적실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신앙으로 긍정하기보다는 사실과 실증에 입각한 검증이 필요하다.
예수의 십자가는 당대 제국의 불의와 부정의와 폭력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외 다른 것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저항하지 않고 그냥 투항했다는 말이다. 그 뒤에 사도들이 로마 제국의 대안적 해결책으로 교회를 정치 공동체로 구성했지만 한시적이었고 그 뒤로는 그런 교회는 없어졌다. 예수의 비폭력, 비저항의 윤리가 이상 사회, 좋은 사회의 질서를 가져오고 하나님의 약속을 구현할 수 있는 방도인가라는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비폭력은 성공하기 어렵고 따라서 폭력을 선택하기 쉽다. 즉 폭력은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되고 긍정적으로 답하게 된다. 현대 사회 혁명 이론은 비폭력은 제국 현실의 저항과 개혁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폭력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폭력・무저항의 공동체가 제국적 현실에 저항하고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는 사례들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 방법이 될 수 있는가? 교회가 그렇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보여주었는가? 보여주었다면 하나님과 예수의 방법은 채택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잘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것은 희망 고문이 아닌가? 희망 고문이 아닌 현실 적합성을 지닌 방법이려면 교회와 그 정치 구조가 제국의 한복판에서 실증해야 할 것이다. 서구 근대 이후로 인류 문화는 종교에서 벗어났고 종교 없는 문화로 간다는 의지를 계속 구현해 왔다. 후기 현대 사회, 탈 기독교 사회에서 그리스도인과 기독교가 성경의 세계관과 가르침에 의거해서 사회를 구원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처지에 있는지는 검토되어야 한다. 혹시나 성경의 이상 사회론은 여전히 고대 철학자 플라톤처럼 철인왕 이론과 같은 것에 비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5) 저자는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읽어주기를 바라는가?
나는 이 책을 늘 제국의 현실을 생각하며 썼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을 지배와 종속의 관계에서 조종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사회 구조를 허락하지 않는 죄의 근성과 현실이 가슴 아팠다. 국제적으로 현대 제국의 현실과 싸우는 많은 유명 지식인들이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 저마다 자국의 사회를 제국적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 현실을 바꾸려는 진보 세력이 있다. 이 책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서 제국과 투쟁하는 역사를 조사했으므로 이 점에서 그들에게 어떤 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다.
현대 세계는 여전히 살인, 폭력, 전쟁이라는 제국적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고 있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전 지구적으로 지배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에 맞서는 대항적•대안적 세계 체제를 보급하지 못하고 있다. 성경 저자들의 세계관을 다루는 이 책은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해결 모색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사회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단테의 『제정론』, 근대의 스피노자, 로크, 칸트, 헤겔에서, 롤즈의 『정의론』를 위시한 현대의 숱한 철학적 논쟁에서 지속되어 왔다. 성경도 그러한 책으로 읽을 수 있다. 성경은 폭력을 통하지 않고 그러한 이상 사회를 추구하는 길과 방법을 제시한다. 예수의 삶과 죽음이 그 열쇠이다. 나는 이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 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 성경을 폐쇄된 내부 언어로만 이해하지 말고 실험적으로 제국 비판, 제국 반대의 언어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을 제국의 현실과 맥락 속에서 연구한 결과들은 교회 안에 갇혀 제국의 현실에 까막눈인 채로 갑갑하게 살고 있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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