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 류의근 지음, 세창출판사, 2019, 26000원
Q1: 이 책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썼는가?
이 책은 실존적 현상학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현대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철학적 비전을 소개하고 그 비전을 구현해 가는 철학적 여정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겨냥한다. 그의 철학적 비전은 한편으로 의식 일변도의 서양철학의 사조를 거스르고 다른 한편으로프랑스 철학의 전통에 충실하게 신체를 중요시한다. 그에게 신체는 근원 실재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선험적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 그는 신체를 다른 방법이 아닌 오로지 그리고 오롯이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 것에 전념한다. 이 책은 그러한 신체의 현상학적 연구 성과를 10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전체상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비견하건대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대비되는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의 전모를 그려보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Q2: 이 책은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
이 책이 논하고 있는 문제들은 다양하다. 서론은 메를로-퐁티와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신체의 인식론적 또는 존재론적 지위를 혁신적으로 규명한다. 메를로-퐁티의 신체 개념은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하나의 사고 혁명으로서 이를 신체적 전회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고 메를로-퐁티는 그에 합당한 증명 책임을 수행한다. 이어서 장별로 외부 세계를 대신하는 감각, 인간을 대신하는 자아와 타아, 그리고 세계와 인간을 초월하는 신, 인간의 도덕과 윤리, 인간의 정치, 인간의 역사, 인간의 언어, 인간의 예술을 차례로 신체에 기반을 두고 전통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현상학적으로 규명한다.
Q3: 이 책에서 논의되는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적으로 신체이다.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은 말 그대로 신체에서 시작하고 신체에서 끝난다. 신체가 유일한 특이점이다. 신체는 그의 철학적 관점이고 그의 철학은 현상학이며따라서 그의 실존 철학은 신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는 신체를 철학을 하는 관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신체 위에서 인간과 세계와 역사를 위시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한다. 헤겔이 절대 정신의 자기 전개를 인간의 삶과 역사를 규명하는 근본 틀로 삼았던 것처럼 메를로-퐁티는 신체의 자기 전개를 그 대안 및 대항 체계로 구축한다. 과장한다면 메를로-퐁티의 신체 철학은 신체를 아르키메데스의 일점으로 삼아서 펼치는 우주론 정도로 보아줄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 실존, 우주 존재의 원리를 새롭게 찾아나서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Q4: 이 책은 최종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는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동물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사실이요 진리이다.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진리라서 우리에게 잊혀진 것일지도 모른다. 문명과 문화는 인류의 좋은 발명품이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구상에서 존재했다가 사라진 또는 실패한 문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문명과 문화를 신체에 기반해서 이해하고 우리의 정신과 이성의 신체성을 밝혀내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시대만큼이나 인류에게 신체가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이다. 삶의 곳곳에서 신체 또는 육체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화제를 모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신체는 모두 대상화된 육체들이다. 즉 신체는 자본의 물신이요 상품이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정신의 하대를 받았고 신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는 확고했다. 신체는 그 본래의 모습과 지위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런 모든 처사에 반대해서 메를로-퐁티는 신체를 진리를 탐구하고 존재의 본성을 규명하는 일체의 인간 삶의 원천으로 말하는 놀라운 기획을 수행했다. 메를로-퐁티는 신체는 더 이상 사물과 같은 단순 객물이 아니고 진리와 인식의 근원이며 존재의 본성이고 심지어 의식이 누리는 정신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요 기반임을 논증한다. 우리가 신체는 우리의 인식의 고향이요 존재의 원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신체는 인식과 존재의 구성에서 주체적인 것이 될 것이다. 신체는 우리의 생활 세계로서 모든 삶을 영위하는 데서 기능하고 능동한다. 메를로-퐁티는 신체는 능동하는 주체라는 것을 선험적・현상학적으로 확립했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신체이지만 그런 신체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이렇듯 근원적 실재로서의 본질을 지니고 있는 신체이다. 이러한 신체이기 때문에 동물의 신체로서 인간의 신체는 근원적 신체로서 전화될 수 있고 어떤 신체이든 소중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마련된다. 인간의 신체는 동물적 신체일지라도 실존적 신체・주체인 것이다. 신체에 대한 해묵은 편견과 통념을 정밀하게 비판하고 신체를 우리의 일상성의 터전으로 회복시키고 생물학적 신체가 실존적 주체로서의 신체와의 탯줄을 방기할 수 없다는 것은 현상학적 신체 개념이 던져 주는 심중한 교화이다.
Q5: 이 책은 그 내용을 고려할 때 어떤 함축을 지니는가?
이 책은 신체를 철학적으로 다룬다. 신체에 대한 학문적 학제적 접근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여기서 제시되는 주장과 내용들이 유일한 진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들은 여타 학문 분야의 신체 연구와 관련해서 풍부한 자원과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과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생물학을 위시한 신체 과학과 의학의 연구를 능가하는 통찰과 탁견도 있을 것이다. 철학적 또는 현상학적 연구는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삶의 제반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현상학적이 아닌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와 만나고 대화할 것을 요구한다. 현상학적 신체 연구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일 수는 없는 일이고 개방적인 정신으로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은 활용되고 응용되어야 할 것이다.
Q6: 이 책은 어떤 독자들이 읽기를 바라는가?
이 책은 신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이 일독할 수 있다. 신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인간의 제반 활동과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읽을 수 있다. 자연과학연구자, 과학철학자, 사회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등 할 것 없이 모두 포함된다. 철학 연구 영역과 관련해서 말한다면 선험적 사고 성향을 지닌 관념론적 철학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철학을 연구하는 인공지능연구자, 의학철학자들 그리고 현상학적, 해석학적 신체와 인공지능과의 만남을 도모하는 인공지능철학연구자들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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