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문화

책 소개:현대사회와 기독교의 대응

류의근, 현대사회와 기독교의 대응, 대장간, 2019

 

대장간에서 간행하고 있는 성경과 제국 시리즈 3권이 나왔다.

이 책은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1. 교회의 정치적 예배와 기독시민교육

2. 현대 기술의 구원 문제

3. 기독교의 대안적 주체성

4. 예수의 반제국적 주체성

5. 지젝의 유물론적 신학 비판

 

서문

 

철학 연구자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기독교에 입문해서 기독교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눈을 키워왔지만 신앙의 삶과 학문은 구별되는 지라 딱히 철학적 연구에 반영하는 일을 도모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물들어 나도 모르게 교계의 현실과 신앙과 신학에 일부 관여하게 되었고 철학적 주제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도 가능하게 되었다. 계시와 사색의 문제는 화해와 통일보다는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설정되기 마련이다. 계시는 신의 자율성인 반면 사색과 성찰은 의심하고 비판하는 인간의 자율성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둘은 화목하게 지내기가 어렵다.

 

이해하는 신앙은 말로만 그렇지 실상은 신앙을 흔들어놓는다. 신앙에 이해가 필요하다면 신앙의 값어치는 하락할 것이다. 이해해야 믿을 수 있다면 믿음은 불필요하다. 그렇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데 믿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면에서 이해와 신앙은 변증법적 발전 관계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지성과 건전한 판단과 문화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 현대인이 성경의 기록을 곧이곧대로 믿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의 은혜로 말미암아 기독교에 입문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를 알게 된 이래로 철학적 지식과 진리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 힘과 한계도 느낀다. 그렇다고 기독교의 진리와 의미 체계와 경험들이 그보다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선뜻 말하기에는 주저함이 많다. 행동과 실천에서 이를 입증하지 않고서는 개인적으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어떤 때는 기독교의 진리의 힘이 굉장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실제적 상황에서 보면 상상적 사유의 그림에서 신앙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많이 있다.

 

나에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근대 형이상학적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기독교 신학과 신앙 체계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는 종교 없는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는 본회퍼의 말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다. 근대 철학 패러다임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함께 교전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교회 현실에 통용되는 신학과 신앙은 참으로 학문 발전과 시대사조와 지성사의 가르침과 교훈에 대해서 매우 궁핍한 논리의 방어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철학을 조금 공부한 탓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고 주제넘은 진술과 주장을 정립하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독 신자들이 공허하게 믿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고 이를 바르게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같은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는 내부인들이기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사실은 현대 문화와 언어 속에 살면서 기독교의 진리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색의 흔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실과 세계 질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말미암아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12:3)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나는 알 수 없다.

 

하루하루가 감당하기 어려운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현대 사회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이상 사회를 이루어가는 이 땅의 하나님의 제국 건립에 헌신하는 모든 이들을 존경하고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성경이 말하는 진리가 아직 낡은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희망과 미래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 2월 류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