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수평론

2013년 신년사

2013년 신년사

 

어줍잖게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사를 이제 올린다. 지난해의 특징을 집약하는 사자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이고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라고 한다. 성서부산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작년 한 해의 성서부산은 혼탁한 시류 속에서도 빛과 소금이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기념비적 사건은 없었지만 일상성과 사회적 삶의 현장에서 예수의 제자도를 실천하는 은혜를 누렸다. 예수의 제자도가 십자가에 있다면 어느 누가 예수의 제자가 되려고 하고 될 수 있겠는가? 죽음을 불사하면서 사랑으로 사회 정의와 평등과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가 예수 인간이라면 어느 누가 작은 예수 즉 그리스도인이고자 하겠는가? 함부로 예수의 사람이니, 하나님의 사람이니, 하나님의 백성이니 하고 자랑할 이가 누구인가? 그나마 새해도 여느 해와 다르지 않게 과거의 유습과 악행과 죄성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나는 삶이 허락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성서부산이 지향할 바를 찾고자 한다면 과거의 것 특히 18대 대선의 결과를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의 결과가 주는 교훈은 이렇다. 첫째, 아직도 박정희 독재의 유산은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자랐고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둘째, 그 유산을 역사적으로 정리하고 청산하는 과제를 시대적으로 포맷하고 해소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점. 셋째, MB 정권을 선택한 국민들의 동기와 저의가 여전히 이번 대선에도 유효했으므로 이러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변혁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논급하지 않는다.

 

박정희 독재 20년의 세월은 사회와 국민들을 여러 모양으로 주조했고 사회의 주요 현안과 정치적 과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규정해 왔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이번 대선의 결과가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그 중 보수 세력과 힘과 구조는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 바이다. 그들의 의식ㆍ가치ㆍ세계관은 성경의 용어를 빌리면 정사와 권세로서 즉 지배 권력 체제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세력이 어둠의 세력임을 자각하는 것은 여러 계기를 통해서 발생할 수 있지만 교육이 그 주요 통로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새해에 성서부산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 활동을 통해서 더 이상 미래의 청년 차기 세대들이 과거 한국 역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주체적 자기 의식과 저항 능력을 비축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대 한국 역사에 육화되어 있는 박정희 독재 20년 세월의 반기독교적 가치와 우상숭배적 요소는 무의식적으로 사회화되어 청년 세대 의식의 비역사적 반역사적 정조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또는 대항적 역사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역사적 존재 방식에 대해서 일별하고 예수 인간으로 현대와 미래의 한국 역사에 대해서 어떤 역사적 주체성과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를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삶의 현장의 맥락과 연동해서 추구해야 한다.

 

한편, 17대와 18대의 양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곧 경제적 문제를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제는 가치를 추월했고 추방했으며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이윤과 돈이 우리의 삶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유물론적 세계관이 압축 성장과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여실하게 반영하는 것을 우리는 실감한 터였다. 시장이 절대적 지배 체제이고 시장이 우리의 삶과 선거를 좌우하는 체제이며 곧 우리는 시장 경제와 논리에 중독되어 시장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 은폐된 현실을 반성할 줄 모르고 저항할 줄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전국민에게 이러한 시장의 지배 권력을 묵시적으로 계시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태와 상태를 성서부산은 심각하게 수용하고 인지하며 세상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라는 것을 거듭 성찰하고 이 지점에서 우리가 변화와 혁명을 가져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 독재의 유산이든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문제이든 대선의 결과로 미루어 볼 때 현행 국민의 의식 수준은 민주적 가치와 사고 방식의 수준이 사회 발전의 수준에 비례해서 연령별로, 세대별로, 시도별로, 학력별로 등 너무나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전국민의 평균적인 마음의 상태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세월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민주주의를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마음의 상태로 전이하고 고양하고 확충하는 것은 동서양 인류의 보편적인 과제일 터이고 이윤과 돈만을 추구하는 경제 활동에 가치 판단 또는 도덕 판단을 통합하는 과제는 미래의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렇게 민주적 가치와 도덕적 경제 또는 경제 윤리학을 통합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성서부산이 희망하는 이상일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성서부산은 민주주의가 전국민에게 아직 마음의 상태로 충분히 사회화되어 있지 않은 정치 현실과 전국민을 먹고사는 문제로 내몰아치면서 시장의 노예로 살아가게 하는 경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제는 급진적 제자도(radical discipleship)를 요청하고 그 반대는 아닌 것 같다. 사회 제도 및 조직의 구조악과의 투쟁이 제1의적 투쟁 과제라는 뜻인데 문제는 그 투쟁 방식이 더 이상 옛날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시대의 정신과 지식정보사회의 형태에 걸맞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참여와 소통의 방식을 빌어야 할 터인데 그 구체적 모양과 형태를 찾는 것 역시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시대적인 투쟁 전략과 전술의 창조가 우리가 같이 연구해야 하는 과업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성서부산의 신년 사역은 종말론적 기독교적 역사 참여 의식을 가지고 나라와 민족의 민주 의식을 예수의 십자가 정신으로 선진화하면서 돈만을 계산하는 경제 인간 및 시장 논리에 윤리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 전망 아래서 미시적으로 우리는 부산 지역의 현장과 일상성의 컨텍스트에 항상 정주하면서 예수의 삶의 파토스와 에토스를 급진적으로 구현해 가는 제자로서 살아 갈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제자도의 시작을 작년부터 꿈꾸어 왔던 정기 예배 공동체를 개척하고 각 가정마다 소예배 공동체 즉 기초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서 시작한다. 새해에도 행동하고 실천하는 우리의 신앙에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동행하심이 함께 하기를 축원한다.

2013 2. 18.

                       성서부산  대표   류   의   근 

'예수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자를 위한 철학과 그 리뷰  (0) 2016.02.02
세계 환경의 날을 사는 그리스도인  (0) 2013.06.18
18대 대선 후기(역사편)  (0) 2013.02.01
18대 대선 후기(사회편)  (0) 2013.02.01
18대 대선 후기(정치편)  (0)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