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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평론

원자력 발전은 이미 사양산업, 유럽은 20년 전 돌아섰다

 

원자력 발전은 이미 사양산업, 유럽은 20년 전 돌아섰다

 

2012-11-02 [10:52:29] | 수정시간: 2012-11-02 [11:44:47] | 6면

 

▲ 유럽지역은 풍력이나 태양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성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왜 기술집약이 뛰어난 한국이 구시대적인 핵산업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네덜란드 에이마위던 근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부산일보DB

 

"세계 에너지 산업계에서 원전은 이미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몰락하는 원전 산업에 조종을 울렸다."

 

에너지 산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한국도 원전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고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더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늙은 공룡 원전=국제 핵·에너지 정책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원전의 고비용 구조 때문에 핵산업이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한정된 원전 사업자가 대량 생산한 전력을 수많은 곳으로 보내는 시스템은 규모를 크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다 원전은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지·관리 비용도 비쌀 수밖에 없다.

핵 관련 기업, 주가하락 · 신용등급 악화 /고리1호기 예방정비에만 年 2천억 들어

에너지정책 대전환 더 이상 미뤄선 안돼

 

실제 국내만 하더라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매년 원전의 계획예방정비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 있는데 내년 계획예방정비에서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에 쏟아붓는 예산만 2천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노후 원전 폐로 △사용 후 핵연료 처리 △지역 사회 황폐화 등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원전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정부와 한수원이 늘 주장하던 값싸고 안전한 원전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선진국 탈 원전 도미노=핵산업은 지난 1990년대부터 쇠퇴하고 있는 상태인데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의 탈 원전 선언과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가져온 기폭제가 됐다.

 

탈 원전에 대한 가장 급진적인 계획을 내 놓은 국가는 독일이다. 기민당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자국의 모든 원전(17기)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했다. 유럽의 원전 대국 프랑스에서는 사회당 올랑드 정권이 원전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스위스도 자국의 원전 5기를 2034년까지 폐쇄키로 결정했고 이탈리아는 지난해 6월 국민투표에서 94%의 국민이 원전에 반대해 2014년까지 원전 4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핀란드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 외에 추가적인 신규 건설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가리아는 원자로 2개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벨렌(Belene) 프로젝트'를 포기했다.핵산업 관련 기업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주가가 하향세를 드러냈고 신용등급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2007년부터 주식 가치를 82% 상실했고 33.3조 유로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원전 기업 아레바(Areva)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주가 가치가 88%나 하락했는데 특히 지난해 S&P 신용등급이 BBB-(투자부적격 바로 위의 단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대세는 신재생에너지=원전의 고비용을 간파한 에너지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투자한 신재생 에너지 투자 금액은 무려 2천6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 덕분에 2000년부터 2011년까지 EU의 전력생산 용량 순 추가분 중 풍력과 태양열 에너지는 131GWe로 천연가스(116GWe)를 넘어서고 있다(그래프 참조).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원전과 같이 큰 설비를 들이지 않고서도 다양한 주체들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슈머(Prosumer)' 개념 도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 정부는 2007년부터 '100% 신재생에너지 마을'이라는 프로젝트를 실시, 각 지역의 에너지를 100% 지역 내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까지 오스나브뤼크, 쇠나우, 모바흐 등 독일 74개 시·군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전기 생산에 지자체와 산업체, 지역 주민이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슈나이더 씨는 "안전문제는 차치하고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 국한해 보더라도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에너지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한국에도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